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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 정말로 문제가 많나요?

민족문제연구소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작성한 근현대사 교과서 논란에 대한 10문 10답을 간략히 정리했습니다. 연구소는 전국역사교사모임 등 교사학부모역사단체들과 함께 ‘교과서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준)’를 결성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1. 교과서, 정말로 문제가 많나요?

물론 완벽한 교과서는 없습니다. 소소한 오류, 부정확한 표현, 통계수치의 변화 등은 늘 수정을 합니다. 그러나 엄격한 검정과정을 거쳤다는 교과서가 해마다 큰 폭으로 바뀐다면 그 교과서를 신뢰할 수 없겠지요. 그리고 교과서는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담고, 상식과도 맞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서술되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특정집단의 요구를 다 담을 수 없고, 이에 대한 수정요구는 늘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정부와 여당까지 ‘이념문제’를 제기하며 대대적인 수정, 전면적 변경을 요구하는 바람에 ‘문제투성이’교과서가 되고 말았습
니다.

2. 무엇이 문제인가요?

주로 625전쟁 책임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 북한에 대한 시각 등이 수정요구 대상입니다. 625전쟁의 경우, 김일성의 남침 책임이 약하게 서술된 감이 있다는 점, 두 전 대통령의 공적보다 허물을 지나치게 비판했다는 점, 북한에 대해서는 비교적 우호적으로 쓰여진 것 같다는 지적입니다. 6. 25 전쟁은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은 교과서마다 본문에 명확하게 나와 있습니다. 두 전 대통령 문제는 그 시기의 빛과 그늘을 함께 보면서 어려움을 극복한 대한민국 역사에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서술분량 자체가 매우 적은 북한에 ! 대해서는 비판이 적을 수밖에 없는데, 단순 비교하여 북한 비판은 적고, 남한에 대한 비판을 길다는 식으로 흠집을 잡으면 곤란하지요.

3. 문제제기 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무엇인가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흔히 ‘뉴라이트’라고 불리는 학자들이 주축이며, 경제단체나 보수적인 정치집단, 일부 언론 등이 가세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식민지 시대에 대해 ‘근대화의 시혜적 측면’과 ‘개발의 성과’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역사학계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경제단체에서는 반미적, 반재벌적 표현을 삭제하라고 요구하는데, 역사발전의 기준을 무역과 경제수준으로 저울질하다보니 고려가 조선보다 무역에 더 신경을 썼으므로 더 발전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할 정도입니다. 해방 직후 우리가 독립 국가를 건설할 능력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국방부에서 전두환 정권을 미화하려 한 것이 가장 노골적인 요구를 했습니다. 여기에 �! �수 정치인이나 일부 언론이 교과서에 대한 색깔론으로 정치공세를 더하고 있지요.

4. 교과서 만드는 과정은 어떠했나요?

7차 교육과정에 따라 만든 현재 근현대사 교과서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전문성을 인정받은 역사학자와 경험 많은 교사들로 검정위원을 선발하였고, 검정과정에서는 향후 벌어질지 모를 논란에 대비하여 이념 균형 조항을 넣은 기준에 따라 집필되었고, 엄밀한 검정과정을 거쳐 검정에 합격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이 되는 교육과정은 지금의 여당이 집권하고 있던 김영삼정부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니, 현행교과서가 이념적 편향을 가졌다면 한나라당이 스스로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5. 역사학자나 교육계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현재 교과서도 이미 논란을 의식한 나머지 과거 국정교과서와 큰 차이가 없이 ‘교육과정’에 충실한 서술이었기 때문에 역사학계나 교육계는 무덤덤했습니다. 교과서 논란이 일자 역사학계와 교육계는 공식, 비공식적으로 검토의견을 내면서 소위 이념편향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도 교과서 관련 전문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국사편찬위원회 등에 검토를 의뢰하였고, 문제없다는 회신을 얻었습니다.

6. 왜 문제가 된 교과서는 채택률이 줄어들지 않았나요?

그렇게 좌편향적이라는 이 교과서는 채택률이 오히려 올라가는 추세입니다. 경제 제일주의를 내세우는 그들이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을 퇴출시키려 하고 있으니,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 대목에서 우리 학생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이 교과서로 수능시험에 대비한 학생들은 혹시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걱정은 어른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거지요. 높으신 양반들이 거짓말하고 있거나 아니면 우리 선생님이 좌편향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좌편향인지도 모를 만큼 형편없는 교사이거나... 하지만 논란에도 불구하고 채택률이 높아지는 건 그만큼 수업에 용이하고, 완성도 높은 교재라는 뜻이 아닐까요?

7. 교육감이 교과서 채택에 관여할 수 있나요?

이념편향 없는 교과서를 채택하도록 안내하겠다는 발표는 알고 보니 전국 교육감이 합의한 것이 아니라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혼자 밀어부친 것이더군요. 그러나 교육감은 검정 교과서에 대하여 논할 권한이 없고, 교육과학기술부 소관이지요. 월권적 행위를, 그것도 특정 교과서 배제를 시사하면서 벌인 것이지요. 더욱 문제인 것은 자율과 개방을 새로운 모토로 내세운 교육감들이 애초부터 학교의 자율적 권한이었던 교과서 채택권을 사실상 빼앗아 행사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어렵게 가꾸어온 학교 공동체의 꽃인 학교 운영위원회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직권남용이고 부당한 처사입니다.

8. 교육과학기술부의 태도는 왜 바뀐 걸까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소중한 가치입니다. 교육이 백년지대계인 만큼 정권의 변화와 무관하게 일관성 있어야 하고, 정치세력의 입김으로부터 보호받도록 해야 합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것을 지킬 의무가 있는 조직이지요. 그러나 정권 교체와 함께 많은 것이 바뀌었고, 교육 분야도 급격한 변화로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시스템에 대한 변화가 아니라 교육내용에 대한 통제까지 나선 것입니다. 이런 일이 한번 벌어지면 다음 정권은 더 한 요구를 교과서에 하게 됩니다. 교과서가 정권에 따라 바뀐다는 건 큰 불행입니다.

9. 바람직한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최근 언론보도나 그간의 행태를 보면 교과서 문제는 순수하게 교육의 차원에서 논의된 것이 아니라 정치 논리에 의한 공방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법과 질서를 앞세우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다시는 쇠고기 파동을 겪고 싶지 않은 탓인지 국민들을 근본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나봅니다. 하지만 교과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세상을 알고, 자신을 알기 위해, 한편으로는 입시와 성공을 위해 가장 많이 보는 책, 우리 사회의 미래를 기약하는 이 공간이 정치색 짙은 구호로 넘쳐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기성세대를 신뢰하면서 자유로운 비판정신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 터전인 교과서가 그야말로 교육적 필요에 의해 개편되고, 진화할! 수 있도록 부모 세대인 우리가 지켜내야 합니다. 정치적 외풍을 막아야 할 교육감들이 민감한 정치 이슈를 끌어들인 이 모순을 우리가 나서야 막아낼 수 있습니다.

10. 이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학부모는 자식의 장래는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교과서 채택과 관련한 상식적인 판단과 합리적 절차를 지켜내면서 학교 운영위원회가 정상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나서야겠습니다. 학계에 계신 분들은 학자적인 양심과 연구자로서, 우리 교육의 건강성과 전문영역의 발전을 위해 진중한 걸음 내디뎌야 하겠습니다. 이 사태가 가장 곤혹스러운 역사 선생님들은 교사의 교재채택권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합리적 절차와 상식적 판단이 존중되는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힘이요, 특정 세력이 교과서 내용까지 통제하려는 잘못된 시도를 가로막는 방파제이며, 정권에 따라 교과서에 달라지지 않게 하는 정치적 중립의 초석이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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